[사망보험금 22.] 우울증이 있기는 하였지만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음독자살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 사례
(대전지방법원 2021. 4. 29. 선고 2018가단222645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는 2009. 2. 20. 아들 망 C(이하 ‘망인’)를 피보험자로 하여 피고와 사이에 가입금액을 5천만 원, 월 보험료를 128,500원으로 하여, 피보험자의 사망시 5천만 원 및 가산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주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입금액을 5천만 원, 월 보험료를 9,000원으로 하여, 피보험자의 재해로 인한 사망시 5천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무배당 재해보장특약’을 체결함.
망인은 2018. 7. 13. 13:00경 세종특별자치시 00에 있는 망인의 자택 욕실에서 욕실 문틀에 머리를 기댄 채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망인의 처가 신고해 출동한 경찰 등이 이를 발견하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으나 같은 날 14:03경 사망함.
망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감정결과 ‘망인의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어 청산염 음독이 인정되고, 혈중 알콜농도가 0.121%로 검출되어 사망 당시 음주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나, 일반적인 사망에 이를 정도(0.4%)에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망인의 사망원인은 청산염 중독으로 판단된다.’라는 취지로 회신됨.
[ 법원의 판단 ]
망인에 대하여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였고, 사망일이 이 사건 주계약의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훨씬 도과하였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 위 보험사고는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에도 해당한다. 이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보험수익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주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 5,000만 원 및 가산보험금 31,165원 합계 50,031,16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주된 보험계약에서 자살 면책 제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이 사건 각 특약의 약관에서 이 사건 주된 보험계약의 약관을 준용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이 사건 주계약 준용규정에 의하여 이 사건 주된 보험계약의 자살 면책 제한 규정이 이 사건 각 특약에 준용되는지 여부가 약관의 해석상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주계약 준용규정은, 어디까지나 그 문언상으로도 ‘특약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주계약 약관을 준용한다는 것이므로 ‘특약에서 정한 사항’은 주계약 약관을 준용할 수 없음은 명백하고, 이 사건 각 특약이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한하여 이 사건 각 특약의 본래의 취지 및 목적 등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이 사건 주된 보험계약의 약관 조항들을 준용하는 취지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계약 약관에서 정한 자살 면책 제한 규정은 자살이 이 사건 주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포함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면책 및 그 제한을 다룬 것이므로, 보험사고가 재해를 원인으로 한 사망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자살이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 특약에는 해당될 여지가 없어 준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 사건 각 특약의 취지에도 부합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참조).
① 망인이 통증이 수반되는 좌측 발목 인대 부상 외에 이에 동반하여 우울증 등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만, 망인이 그러한 우울증 등을 겪고 있었고, 복용하던 약물이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질환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② 오히려 망인은 사망 당일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특별한 징후는 없는 상태에서 오전에 여동생에게 단체문자를 보내는 방법을 물어보고, 그에 따라 자신의 지인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단체문자를 보내기도 하였으며, 사망 직전으로 보이는 12:33경 여동생에게 전화해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는 등 자살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이 인정된다. 이에 의하면, 망인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설 명 ]
생명보험사의 주계약 보험약관은 자살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경우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자살면책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대상판결(대전지방법원 2018가단222645 판결)도 이에 따라 피보험자가 자살을 할 당시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의 면책기간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주계약상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반해 재해사망보험금의 경우는 피보험자가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을 한 경우 자살면책 제한규정이 적용되는지와 관련하여 약관해석이 문제되어 왔다.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가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재해사망특약(대상사건의 경우는 ‘재해보장특약’)은 주계약과 같은 자살 면책 제한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경우와 자살 면책 제한규정을 따로 두고 있는 경우로 나뉜다.
먼저, 자살 면책 제한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경우에도 특약에서 따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주계약을 준용한다는 준용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주계약상 자살 면책 제한규정을 재해사망특약에도 준용할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은 보험사고가 재해를 원인으로 한 사망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자살이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재해사망특약에는 해당될 여지가 없어 준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바 있고, 대상판결도 이에 따랐다.
다음으로, 재해사망특약에서 자살 면책 제한규정을 따로 둔 경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은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위 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는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되어 이 사건 특약 약관 제9조가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단서에서 정하는 요건, 즉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재해사망특약에 규정된 자살 면책 제한 규정이 적용되므로, 자살의 경우에도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였다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바 있다(이에 대하여는 사망보험금 9번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16. 선고 2016가단5108772 판결 참조).
한편,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혈중 알콜농도 0.121%로 음주상태이기는 하지만, 부검감정결과 청산염(청산가리)이 검출되었고, 청산염 중독이 사인으로 판단되었으므로, 일응 자살을 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음주상태 및 우울증 병력 등에 비추어 볼 때, 피보험자인 망인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것인지의 검토가 더 필요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망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것은 사실이고, 망인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아 복용한 약물들이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망인이 자살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대상판결은 망인이 사망 전 지인들에게 단체문자로 자살을 암시하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여동생에게도 전화로 ‘그 동안 나 열심히 살았어, 미안해, 그리고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였다는 것을 위와 같은 사정의 주된 근거로 삼았다.
망인이 대상판결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응은 사실상 유서에 해당하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여동생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볼 때, 망인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음독자살에 이용된 청산가리는 일반인이 흔히 비치해두는 것이 아니므로, 미리 계획 하에 자살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다만, 대상사건의 경우 망인이 복용하던 약물{트리아졸람(Triazolam) 성분의 졸민(Zolmin), 리보트릴(Rivotril) 등}은 알콜과의 상호작용으로 병용을 피해야 하는데, 망인의 경우 음주 자체로는 사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혈중알콜농도가 0.121%나 되었던 점이 그다지 다루어지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입수하게 된 경위가 어떠한지 불분명한 점(즉, 사전에 구입하는 등 자살을 준비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이 아쉽다. 지인들에게 단체로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다음에 뵐 때는 더 성숙되어 있는 사람으로 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고 보낸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모순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망인이 이미 약물과 알콜의 상호작용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살을 미리 계획하였다고 볼만한 유력한 증거인 청산가리를 망인이 어떤 경위로 음독하게 되었는지까지 파악된다면, 사건의 실체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