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3.] 피보험자가 트럭 화물칸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 사례에서 사고의 우연성을 인정한 사례

(광주지방법원 2021. 2. 17. 선고 2019나67356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A(이하 ‘망인’)는 2016. 8. 9.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자신으로 하여 피보험자의 상해에 대한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가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법정상속인인 수익자가 상해사망보험금으로 2억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상해사망특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

 

망인은 2017. 9. 15. 15:20경 파주시 00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망인 소유의 포터차량의 화물칸 냉장고 위에서 반듯이 누운 자세로 사망한 채 발견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루어진 망인에 대한 사체부검결과는 망인의 사인을 일산화탄소 중독(헤모글로빈 농도 54%)으로 추정하였음.

 

경찰은 부검결과 사체에서 부패 외에 외상은 없는 점, 간이나 신장 등 조직에 대한 검사 결과 독성물질은 검출되지 않은 점, 직접적인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인 점 등에 비추어 타살 혐의점은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함.

 

망인의 아버지로 망인의 단독상속인인 원고는 피고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함.

 

 

 

[ 법원의 판단 ]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보험사고가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상 피보험자의 과실 또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응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경우 보험자로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망인이 사체로 발견된 포터차량 화물칸에서 인위적으로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번개탄 등의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자동차 배기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의해 질식사한 사례가 존재하고,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 실내로 유입되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이에 관한 관리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 점,

 

위 포터차량의 화물칸은 두꺼운 천으로 덮여 있어 일단 일산화탄소가 유입되는 경우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화물칸에서 잠을 자다가 화물칸에 유입된 일산화탄소에 의해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이로써 사고의 우연성의 요건은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포타차량의 운전석 라디오 아래의 빈 공간에서 ‘오늘 나는 죽는다. 죽는 것이 무섭지만 사는 게 힘들다’ 등의 내용이 기재된 수첩이 발견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망인이 사망 당시 특별한 직업이 없었고 00조합에 대출금 채무가 1,100만 원 정도 존재하였으나, 통장에 잔고가 500만 원 정도 남아 있었고 현금으로 30만 원도 가지고 있었는바,

 

위와 같은 채무의 존재만으로는 망인이 경제적 이유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망인은 사망 당시 기존의 만두 장사를 하지 않고 있었으나 2017. 가을부터는 다시 만두 장사를 시작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달리 망인이 자살을 하였을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

망인이 자살의 의사를 밝힌 수첩은 망인이 2016. 3.경부터 2016. 9.경까지 매형인 B와 함께 만두 장사를 하였을 때 사용하던 수첩이고, 그 수첩이 발견된 장소도 포터차량의 화물칸이 아닌 운전석이었는바, 수첩에 기재된 문구가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에 작성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원고 청구 인용)

 

 

 

[ 설 명 ]

사망보험금 1번 사례(광주지방법원 2021. 4. 30. 선고 2020가단533094 판결)에서 살펴본 것처럼,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으로 보아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응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보게 되고, 대상 판결(광주지방법원 2019나67356 판결, 1심 광주지방법원 2018가단520620 판결) 역시 같은 취지이다.

 

대상 판결의 경우 망인이 자살하였음이 명백한 증거가 없는 반면, 망인이 화물칸에서 잠을 자다가 화물칸에 유입된 일산화탄소에 의해서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아 사고의 우연성이 입증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대상 판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량 실내로 유입되는 현상과 관련한 피해보고나 연구는 이미 국내에서도 다수 나와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유입현상은 자동차가 주행할 때 자동차 표면 공기 흐름의 유선이 형성되게 되고, 자동차 표면 형상에 의해 차체에 부분적으로 압력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즉, 주행시 발생된 압력의 차이로 차체 후방의 후류에 의해 갇히게 된 배기관으로부터 배출된 배기가스가 차체의 틈새로 유입된다는 것이다[이현우, “자동차 배기가스 실내유입 시험방법 연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2014. 8.), 8페이지 참조]. 이와 같이 이론상 배기가스가 발생하여 유입되는 현상은 주로 주행 중에 일어나게 된다.

 

이에 반해, 대상 사건의 경우는 어떤 경위로 일산화탄소가 망인이 발견된 화물차 화물칸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설명이 없다. 트럭의 배기가스가 화물칸에 유입이 되려면 주행 중이어야 하는데, 사망 당시 해당 트럭은 주행 중이 아니라 정차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망인이 화물칸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려면, 트럭의 배기가스가 주행 중 화물칸에 유입이 되었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망인이 화물칸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먼저 입증이 되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 판결은 위 포터차량의 화물칸은 두꺼운 천으로 덮여 있어 일단 일산화탄소가 유입되는 경우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행 중 배기가스가 유입되었다가 빠져나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사건 기록을 열람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런 경우에도 해당 포터트럭이 사고 발생 장소에 정차하기 이전에 언제, 어느 정도 거리를 운행하였는지 등에 대하여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한편, 사망 현장에서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가 발견된 경우 자살로 추정할 수 있는 매우 유력한 증거임에는 틀림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75 판결 등). 그런데, 대상 사건의 경우 법원은 망인이 사망한 장소인 포터 트럭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기재된 수첩이 발견되었음에도, 이를 자살의 객관적 증거로 볼 수 있는 유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수첩이 사용된 시점이 사고 발생 시점(2017. 9. 15.)보다 훨씬 이전(2016. 3.경 ~ 2016. 9.경)이고, 발견된 곳이 사망한 곳(화물칸)이 아닌 다른 곳(운전석)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사망 당시 작성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자살을 할 만한 이유나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작성시기가 언제인지 검토해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