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12.] 차에 탑승한 채로 바다로 추락하여 익사하였으나,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 사례
(제주지방법원 2021. 4. 12. 선고 2020가단3580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는 망 G(이하 ‘망인’)의 배우자, 선정자 C, D, E, F는 망인의 자녀로 원고 등은 망인의 상속인임.
망인은 2019. 7. 15.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승용차에 대하여 피보험자를 원고로, 보험기간을 2019. 7. 15. ~ 2020. 7. 15.로, 자기신체사고 담보를 1인당 사망시 1억 원 한도로, 특약사항을 부부한정으로 하는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함.
망인은 2019. 11. 14. 20:00경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제주시 00에 있는 00앞 방파제에서 바다로 빠지게 되었고, 그 후 망인은 119구급대에 의하여 바다 속에 있는 이 사건 승용차 안에서 의식 없는 상태로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같은 날 20:51경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판명됨(이하 ‘이 사건 사고’).
[ 법원의 판단 ]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 및 이에 더하여 위 인정한 사실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비록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과 원고가 소유한 적극재산의 가치와 망인이 부담하고 있던 소극재산의 가치가 비슷하기는 하나, 망인은 평소 가족에 대하여 책임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2017년경 건축업을 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덤프트럭을 장만하였음에도 경기부진 등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1년 6개월 정도 계속하여 제대로 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자 가족에 대한 강한 책임을 더욱 심한 압박으로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러한 고민 끝에 망인은 2019. 11. 14. 오후 및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원고 등에게 망인의 사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사고 장소는 망인의 주거지에서 승용차로 1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으므로 도보로도 충분히 갈 수 있었음에도 망인은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이 사건 사고 장소로 갔던 점,
④ 비록 망인이 2005. 11.경 알코올 사용장애 및 의심증상 진단을 받고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 계속하여 진료를 받아왔던 데다가 공황장애나 불면증 등으로 약물들을 복용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직후 망인의 혈액에서 검출된 위 각 약물이 치료농도 범위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위 각 증상 및 위 각 약물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⑤ 이 사건 사고 직후 망인의 혈액에서 검출된 혈중알코올농도가 0.161%인 사정에 비추어 망인이 자살을 고민하면서 다량의 주류를 마셨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합쳐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 등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설 명 ]
대상사건(제주지방법원 2020가단3580 판결)의 경우 원고 등은 망인이 명정상태에서 이 사건 승용차의 기어를 후진으로 체결하지 못하고 전진으로 잘못 체결하여 엑셀을 밟아 해상에 추락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사건 사고가 자살에 의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망인이 자살을 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는 자살로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가 되는데(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등),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전 가족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특히, 아들에게 “나는 무덤을 만들지 말고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라 마지막 소원이다”는 등의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실상 유서를 남긴 것이나 다름없어서 그 유력한 증거가 되었다. 그리고 망인이 상당한 경제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던 점과 사고 장소가 거주지에서 차로 불과 1분 거리임에도 굳이 승용차를 몰고 간 점 역시 망인이 자살을 한 것으로 볼만한 유력한 근거로 판단된다.
다만, 대상판결의 경우 망인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좀 더 심리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망인은 2005. 11. 1. 알코올 사용장애 및 의심증상으로 진단을 받은 이후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을 뿐 아니라, 주치의는 망인이 상태 악화시 고위험음주 및 환청, 피해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었고, 불안, 우울, 과민반등 등의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였다는 소견을 보였다.
② 망인은 이 사건 사고 1년 6개월 전 대출을 받아 덤프트럭을 샀으나,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여 경제적 압박을 받아왔는데, 이는 망인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주치의 소견에 따를 때, 망인은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였는데, 위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증상의 정도와 관련한 의학적 소견이 판결문상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