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무단으로 설치한 좁은 다리에서 어린이가 추락하여 익사한 경우에도 도수로 관리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질까요?

[1988. 3. 8. 선고 대법원 87다카2642 손해배상(기) 판결]



작성자 : 법무법인 감우 송무팀(이과장)


 

1. 사건 개요

 

어린이가 마을 주민들이 설치한 좁은 다리를 건너다가 도수로에 빠져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 도수로는 국가가 농업종합개발사업으로 준공한 후 전라북도를 거쳐 피고 농지개량조합에 이관된 수로로, 사고 당시 피고 조합이 이를 소유·점유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지점 부근에는 마을 쪽에서 도수로까지 이어지는 소로가 있었고, 도수로 건너편에도 농로와 주민들의 빨래터가 있어 양쪽 길을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사고 지점 부근 수로 위에 다리를 설치해 달라고 여러 차례 피고 조합에 건의하였으나, 피고 조합은 예산상의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을 주민들은 피고 조합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자치적으로 사고 지점 부근에 콘크리트 다리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다리는 길이 약 7m, 폭 약 35cm에 불과한 매우 좁은 다리였고, 사고 지점의 도수로는 폭이 약 7미터, 수심이 평소 약 1 내지 2미터로 인근 부락과 폭 약 3미터의 소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었습니다.

 

피해 어린이는 위 좁은 다리를 건너다가 실족하여 도수로에 추락하였고, 결국 익사하였습니다. 이에 피해 어린이의 유족들은 도수로를 관리하던 피고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도수로 관리자의 승낙 없이 마을 주민들이 임의로 설치한 좁은 다리에서 어린이가 추락하여 익사한 사안에서, 그 다리가 제3자인 주민들에 의해 무단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도수로를 소유·점유하는 관리자가 위험한 다리를 철거하거나 안전한 다리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정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도수로가 마을과 소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어 어린이들이 도수로 옆에서 놀다가 추락하여 익사할 위험성이 크고, 마을 주민들도 폭이 좁은 다리를 건너다 추락하여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큰 곳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대법원은 피고 조합으로서는 위와 같은 위험한 다리를 철거하고 폭이 넓은 안전한 다리를 설치하거나, 사고 지점 근처 제방변에 철책이나 위험표지판 등을 설치하는 등 어린이들이 도수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대책을 강구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이 사건 다리가 주민들에 의해 무단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 조합이 도수로를 소유·점유하고 있었고 그 주변의 추락 위험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이상, 위험한 다리를 그대로 방치한 채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도수로 관리자로서의 방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 조합이 도수로의 안전성을 위한 방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점유·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 피고 조합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