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24.]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력 저하 상태에서 바이러스성 뇌염에 걸려 사망한 경우 상해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있는지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6다206550, 2016다206567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원고는 2012. 1. 16. D군청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D군청 소속 경륜 선수(11명)로 하는 단체보험계약을, 2012. 8. 13. 대한사이클연맹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소속 운동선수(780명)로 하는 단체보험계약을 각 체결함(망인은 1992년생으로 2010. 1. 1. D군청 직장 운동경기부 사이클팀의 선수로 임용되어 선수로 활동해 왔고,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에 포함되어 있음).
이 사건 각 보험계약 보통약관에는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상해(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를 말한다)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한다)에 보험수익자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음.
망인은 2012. 1. 7.부터 2012. 2. 26.까지 동계전지훈련을 받았고, 2012. 2. 27.부터 2012. 3. 1.까지 ‘강진군 일주 전국도로사이클 대회’에 출전하였으며 그때부터 다시 2012. 3. 20.부터 2012. 3. 23.까지 개최되는 ‘대통령기 D군 일주 전국도로사이클대회’(이하 ‘이 사건 대회’) 준비를 위해 훈련을 받던 중 2012. 3. 17.경부터 감기와 두통이 심하여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하게 되었음.
망인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2012. 3. 20. 이 사건 대회의 162.4km 개인도로시합에 출전하였다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도중에 기권하였고, 다시 2012. 3. 23. 치러진 우천경기에서 완주한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호소하였음.
망인은 2012. 3. 27. 05:00경 및 05:47경 합숙소에서 두 차례 전신경련이 발생한 후 의식을 잃은 채 119구급차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으로 이송되어 “전신근간대성간질중첩증, 바이러스성 뇌염”(이하 ‘이 사건 상병’)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12. 6. 4.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대발작 간질이 지속되다가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함.
망인의 부모로서 망인의 법정상속인인 피고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2구단20000)에서 법원은 “만 20세의 건강한 청년으로서 사이클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 선수로 활동할 정도의 신체조건 및 체력을 구비하고 있었으며 기왕증이나 가족력 등의 특별한 발병인자가 없는 망인이 각종 대회의 출전 및 훈련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지속되었고 이로 인하여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활성화되었으므로,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함.
피고들은 2013. 9.경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기한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고, 원고는 망인이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서, 상해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피고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함.
1심과 2심은 원고의 본소청구가 기각되고, 피고들의 보험금 청구가 인용되었으나, 상고심은 이를 파기 환송함.
[ 법원의 판단 ]
① 의학적 소견에 의하면, 이 사건 뇌염 바이러스의 침입은 다른 병원체들과 마찬가지로 공기 등을 통해 전파된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사이클 선수로서 다른 소속 선수들과 함께 합숙훈련 및 대회출전 등 일상생활을 하던 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일 뿐, 다른 특별한 매개체에 의해 감염되었다는 등 감염 과정에 있어 외래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②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는 장기간의 합숙훈련 및 대회출전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동한 꾸준히 진행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뇌염 발병 직전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에 비해 급격히 증가할 정도의 훈련 등이 있었다거나, 비슷한 훈련과 대회출전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소속 선수들에 비해 더 심하였다고 볼만한 외부적인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③ 신체조건이나 체력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바이러스로 인한 뇌염에 이르게 된 것은 면역력 저하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과로와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의 유인 중 하나로 작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신체의 퇴행현상, 내재적 요인, 다른 질병 등 이를 야기하는 다른 유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망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초래되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 설명 ]
대상사건의 경우와 같이 상해보험에서 담보되는 보험사고(상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다210466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대상사건에서는 피보험자인 망인이 과로ㆍ스트레스 상태에서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것으로 볼 경우 이를 보험약관상 사망보험금 지급사유인 상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로 볼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다. 즉, ‘바이러스 감염’과 ‘과로ㆍ스트레스’를 상해사고의 요건인 ‘외부적 요인’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사망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문제된다.
먼저 바이러스 등 감염에 대하여 살펴보면, 기생충, 바이러스, 세균 등 미생물 침투에 의한 감염병으로 건강이 훼손된 경우 상해사고의 요건인 ‘외래성’을 충족하는지와 관련해서는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그리고 생명보험 표준약관 및 생명보험사 약관 재해분류표는 한국표준질병ㆍ사인분류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외에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제1급 감염병도 포함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위 제1급 감염병에 해당하지 않는 감염병이나 손해보험사 보험약관의 경우는 이와 관련한 논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부정하는 견해에서는 외래성은 기본적으로 신체가 물건이나 다른 사람이랑 충돌하거나 넘어지는 등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의 외부적 작용’이란 측면에서 가시성은 외래성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세균 침입에 의한 질병은 의학적으로는 현미경 등으로 세균 침입이 확인될지 몰라도 직접 바로 볼 수 있는 가시적인 것은 아니란 점에서 외래성이 부정된다고 보는 견해, 일상적 침입경로를 통한 감염병에 외래성을 인정한다면, 계절성 독감이나 단순 감기 등 사회통념상 당연히 질병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외래의 사고’가 되어버리는 난점이 있다고 보아 외래성을 부정하는 견해 등이 있다.
하급심 판결 역시 긍정한 경우와 부정한 경우로 나뉘고 있다. 예컨대, 광주지방법원 2019. 7. 18. 선고 2018나65643, 2018나65636 판결은 망인이 일본뇌염모기에 물린 것은 일응 외부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모기에 물린 것 자체는 어떠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 경미한 피부 점막의 손상에 불과하고,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 것 자체로 신체에 손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할 것이므로, 일본뇌염모기에 물린 것은 상해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사고인 ‘상해’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일본뇌염모기에 물려 일본뇌염에 이르게 된 것을 두고 ‘급격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대법원 2016다206550, 2016다206567 판결)이 “일상생활을 하던 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일 뿐, 다른 특별한 매개체에 의해 감염되었다는 등 감염 과정에 있어 외래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역시 일상생활 중의 바이러스 등 감염에 대하여는 외래성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해석된다[대상판결에서 ‘감염 과정에 있어 외래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의 예시를 들고 있지는 않지만, 의료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주사바늘에 찔려 감염된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주지방법원 2005. 9. 15. 선고 2005나1080 판결은 감염과 관련된 사안은 아니나, 상해보험에서의 ‘외래의 사고’는 신체 상해의 발생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에 내재하는 신체적 결함과는 달리 명백히 가시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외부에 있는 사고에 기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 가시성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의 외래성을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하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9. 8. 14. 선고 2018가단78050 판결은 “망인의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림으로써 급격하고도 우연히 발병하였고, 이를 직접원인으로 사망하였는바, 망인의 이러한 전염은 망인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특별한 매개체인 모기에 물리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되었으므로, 망인이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그 사고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과로ㆍ스트레스를 외부적 요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면, 대상사건의 1심(전주지방법원 2015. 1. 8. 선고 2014가단9740, 2014가단21962 판결)은 망인이 신체의 외부로부터 뇌염 바이러스가 감염된 상태에서 과로ㆍ스트레스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신체의 면역력이 저하됨으로써 뇌염 바이러스가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활성화되어 신체에 상해를 입었고, 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상해사망으로 판단)하였고, 항소심도 1심과 같이 판단하였다. 즉, 과로ㆍ스트레스를 외부적 요인으로 보아 그것이 사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면, 상해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이다.
대상판결(대법원 2016다206550, 2016다206567 판결) 역시 “이 사건 뇌염 발병 직전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에 비해 급격히 증가할 정도의 훈련 등이 있었다거나, 비슷한 훈련과 대회 출전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소속 선수들에 비해 더 심하였다고 볼만한 외부적인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의 유인 중 하나로 작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신체의 퇴행현상, 내재적 요인, 다른 질병 등 이를 야기하는 다른 유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과로ㆍ스트레스를 외부적 요인으로는 보되, 그 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였다. 즉, 과로ㆍ스트레스와 감염병 발병 및 악화로 인한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병 직전 과로ㆍ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할 정도의 외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과로ㆍ스트레스 외에 면역력을 저하시킬만한 다른 유인이 배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과로ㆍ스트레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릴 만큼 이에 기한 질병의 발병 또는 악화를 상해로 인정할 경우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지고, 자칫 질병과 상해의 구분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인과관계 인정을 엄격히 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반하여, 하급심 중에는 과로와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거나 독립적인 사인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예도 있다. 먼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22. 선고 2020나62923 판결은 피보험자인 망인이 과로와 스트레스, 알코올 섭취로 인하여 ‘급성심장사’에 이른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망인이 많은 스트레스와 과로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도, 진료기록 감정의가 스트레스, 과로, 과량 알코올 섭취 자체를 주된 사인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감정의견을 밝힌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망인의 경우 질식사보다는 급성심장사일 가능성을 우선 고려할 수 있고, 급성심장사는 내인사(병사)에 해당한다고 밝힌 점, 과로와 스트레스, 과음이 내인성 급사를 촉발하는 하나의 유인이 될 수는 있으나 그 자체로 상해에 해당한다거나, 독립적인 사인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하여 보면, 망인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6. 선고 2020나32762 판결은 피보험자가 현장에서 작업 중 휴식을 취하다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병원에 후송하였으나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하여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들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례에서(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으로 보아 유족보상연금 지급을 결정함),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 업무 강도가 가중된 상황에서 과로하였고, 과로나 스트레스가 급성 심근경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유발인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과로가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고, 누적된 과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담보하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한바 있다. 위 2020나32762 판결도 과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하더라도, 이를 상해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측면에서는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나62923 판결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요컨대, 대상사건은 일상적인 바이러스 등 감염은 외래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 감염 과정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외래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음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과로ㆍ스트레스를 외래의 요인으로 보면서도, 상해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서는 그 기준을 엄격히 함으로써, 상해사고의 범주가 광범위해지는 것을 경계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