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사고를 유발하고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경우에도 뺑소니가 되는지

(춘천지방법원 2024. 9. 26. 선고 2024고단457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5차로의 도로 중 5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5차로에서 2차로까지 연속하여 차로를 변경한 과실로 2차로에서 정상 진행 중이던 피해자 B 운전의 셀토스 승용차가 피고인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1차로로 피하면서 위 셀토스 승용차로 1차로에서 정상 진행 중이던 피해자 C 운전의 카니발 승합차 조수석 부분을 들이받게 하였다.

 

이로 인해 피해자 B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는 등 셀토스 승용차와 카니발 승합차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상해를 입었고, 위 차량들이 손괴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으로 기소되었다.

 

 

[ 법원의 판단 ]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5차로부터 2차로까지 한 번에 진로를 변경한 점, 당시 2차로를 진행하던 셀토스 차량은 2차로를 따라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 차량이 끼어들기를 할 당시 가속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 차량의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2차로의 셀토스 차량은 자신의 앞에서 2차로를 진행하던 차량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3차로를 진행하던 차량들이 상대적으로 속력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피해자인 위 셀토스 차량 운전자로서는 피고인이 4차로에서 3차로가 아닌 2차로까지 대각선으로 한 번에 진로를 변경할 것을 미리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결국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정상 진행하는 셀토스 차량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2차로로 그대로 진로를 변경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동승자에게 “우리와 관계 하나도 없지?”라고 질문하는 등 이 사건 사고 발생사실을 인지하였던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비정상적인 운전으로 이른바 ’비접촉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비접촉사고에서도 상해나 손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피해를 확인하는 등 교통사고 발생 시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선고. 비접촉 사고에 해당하여 피고인이 확정적으로 사고를 인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여 집행유예 선고)

 

 

[ 설명 ]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죄(흔히 ‘뺑소니’)가 되려면,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사람이 다칠 정도의 사고가 난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현장을 이탈한 경우에는 뺑소니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반드시 확정적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족하다. 따라서 사고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하였더라면 쉽게 사고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별일 아닌 것으로 알고 그대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에게는 미필적으로라도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도5023 판결).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짐짓 그 가능성을 외면하면서 사고 현장으로부터 이탈한 경우에는 그러한 미필적 인식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3091 판결 등 참조).

 

이는 비접촉 사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비접촉 사고의 경우 충돌로 인한 충격과 충격음이 없으므로 충돌이나 접촉사고의 경우에 비하여 사고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고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였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접촉 사고의 경우라도 사고운전자가 사고발생을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면, 뺑소니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예컨대, 청주지방법원 2004. 9. 3. 선고 2004노425 판결의 경우 피고인이 버스를 추월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침범하여 진행한 과실로 반대방향에서 오던 피해자 운전의 차량이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우측으로 조작하여 배수로에 빠지는 사고가 났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이후 피해자가 뒤쫓아 와서 피고인에게 항의하였으나, 피고인이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채로 다시 차를 몰고 가 버린 경우임), “피고인이 비록 사고 직후에는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피고인을 뒤쫓아 간 피해자의 항의에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중앙선 침범으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였을 것으로 여겨지므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는 사고야기자로서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이나마 도주의 범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도, 피고인이 사고 직전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5차로에서 2차로까지 무리한 차로변경을 하였고, 이런 경우 비록 피고인 차량이 다른 차량과 충돌이나 접촉을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차량이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 조향을 하면서 사고가 날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피고인이 사고 직후 동승자에게 “우리와 관계 하나도 없지?”라고 말한 것은 사고 발생을 인지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뺑소니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에게 확정적 고의는 없었다(미필적 고의만 인정)고 판단하였는데,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을 보면, 확정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짐짓 그 가능성을 외면’한 경우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식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뺑소니를 의도하지는 않았다’는 점과 확정적 고의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