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뒤따르는 등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벌금형을 받은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22. 선고 2024고정1153 판결)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
[ 사건개요 ]
'피고인은 2024. 3. 11. 21:15~21:30경 알 수 없는 장소부터 서울 강남구 B아파트 C동까지 피해자 D를 따라와 피해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다음 피해자를 따라 14층에서 내린 다음 비상구 계단을 통해 내려감으로써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였다.'는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됨.
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거주하고 있었고,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고의가 없었다고 다툼.
[ 법원의 판단 ]
판시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면, 피고인에게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19호에서 정한 불안감 조성 행위로 인한 경범죄처벌법위반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고의가 없었다거나 불안감 조성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 7층에 거주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후 7층에 도착하였음에도 내리지 않고 스스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피고인이 7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고, 설령 미처 내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7층과 14층 사이의 다른 층의 도착 버튼을 눌러 내리는 등의 방법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피해자와 함께 1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바,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14층까지 타고 갈 아무런 이유가 없어 보인다.
② 피고인은 14층까지 피해자와 함께 올라가면서 피해자를 바라보며 웃었는데,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왜 그러시냐”는 취지로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14층에 도착한 후 비상계단을 통해 7층으로 내려갔는데,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1층으로 내려가 약 45분간 1층 복도를 배회하였다.
[ 설명 ]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19호(불안감조성)는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거나 귀찮고 불쾌하게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ㆍ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文身)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에 대하여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위와 같은 불안감조성 행위 중 피고인이 피해자를 뒤따라 간 것이 피해자로 하여금 불안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피고인은 자신도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살았기 때문에, 동선이 같았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것이지, 피해자를 불안하게 할 고의는 없었다고 다툰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이러한 경우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조성 행위에 해당할지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판결에서 지적한 것처럼, 피고인의 경우는 단순히 자신의 집으로 가려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과는 배치되는 행동들(즉, 자신의 집인 7층에서 내리지 않고, 오히려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러 피해자와 같은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탑승한 것, 1층으로 내려와 배회한 것 등)을 하였고, 나아가 타인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행위(피해자를 보고 웃으면서도 왜 그러는지에 대한 피해자의 질문에 대하여도 아무런 답변조차 하지 않은 것)를 하였다. 이러한 행동들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주기 위해 피해자를 뒤따라간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다.
대상판결 외에도,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조성 행위로 본 사례들을 살펴보면, 도로에서 부엌칼을 손에 든 채로 다니다가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외친 경우(청주지방법원 2022. 5. 24. 선고 2022고단321 판결), 도로ㆍ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고 몸의 문신을 드러낸 경우(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2. 25. 선고 2021고단3353 판결),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욕설하며 다가간 경우(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2. 7. 8. 선고 2022고합102 판결), 건물 철제 난간을 손도끼로 반복하여 두드리고 욕설을 하고 고함을 지른 경우(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3. 8. 22. 선고 2023고합48 판결), 피해자 운영의 미용실에서 “조직생활을 했는데 천호동 쪽에 내 부하들이 있었다. 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5년 동안 성관계를 하지 못했다.”는 등의 말을 한 경우(수원지방법원 2022. 1. 27. 선고 2021고합474 판결), 술에 취하여 지나가던 피해자의 길을 막고 “내가 좆 같냐, 씨발놈아”라고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피해자를 위협한 경우{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8. 9. 18. 선고 2018고합128, 2018고합176(병합) 판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