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위험방지시설을 방치한 사이 용수로에 빠져 익사한 사고에 대하여 공작물의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까요?

[1990. 4. 10. 선고 대법원 88다카8750 손해배상(기) 판결]



작성자 : 법무법인 감우 송무팀(이과장)


 

1. 사건 개요

 

7세 어린이가 마을 앞을 지나던 용수로에 빠져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 용수로는 농지개량조합(현 한국농어촌공사)이 관리하던 수로로, 폭은 약 16m, 깊이는 약 3m에 이르고, 모내기철에는 물의 양이 많아 수심이 약 2.2m에 달하며 유속 또한 빠른 편이었습니다. 용수로 옆에는 제방이 설치되어 있어 마을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었고, 사고 지점 인근에도 여러 가구가 밀집해 있어 보행자의 접근 빈도가 높은 곳이었습니다.

 

피고 조합은 사고 발생 지점 부근에 철조망을 설치해 두었으나, 사고 당시 철조망은 노후화되어 있었고, 사고 발생 약 7개월 전 지나가던 경운기에 받혀 받침목 일부가 쓰러져 철조망이 풀숲에 드리워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피해 어린이는 사고 당일 수로변에서 놀았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겁이 나 수로변 제방의 풀숲으로 숨으려다가 미끄러져 용수로에 빠졌고, 결국 익사하였습니다.

 

이에 피해 어린이의 부모는 용수로를 관리하던 피고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추락사고 발생의 위험이 큰 곳이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피고가 철조망을 설치하여 두었습니다. 나름 위험방지조치를 하기는 하였으나, 철조망이 노후되었고, 사고 발생 약 7개월 전에는 설치한 철조망 받침목을 경운기가 들이받아 철조망이 드러누워 있는 상태로 방치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공작물의 점유·관리자가 사고 지점 부근에 철조망 등 위험방지시설을 설치해 두었으나 그 점검 및 보수를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해 둔 사이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정한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지가 문제된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피해 아동이 실수로 철조망을 넘어 용수로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 철조망을 넘어 풀숲으로 숨으려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치행위와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피고가 면책이 되는지도 문제되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용수로가 마을 앞을 통과하고 있어 통행인이나 어린이들이 접근하다가 추락할 위험이 큰 곳이므로, 피고 조합이 위험표지판이나 방책 등을 설치하여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특히 물의 양이 많은 모내기철에는 사고 발생이 예상되는 지점의 차단벽이나 철조망 등 위험방지시설을 철저히 점검·보수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관리기관이 과거에 위험방지시설을 설치해 두었다는 형식적인 사정만으로는 사고 발생의 책임을 면할 수 없고, 해당 시설이 본래의 용도에 맞게 추락 위험을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관리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하므로 공작물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경위에 있어 피해 아동의 과실은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과실의 비율은 60퍼센트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 아동이 불과 7세였고, 철조망이 훼손되지 않았더라면, 이를 넘어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훼손된 철조망 방치행위와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